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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온다
늑대가 온다
  • 저자 : 최현명 지음
  • 출판사 : 양철북출판사
  • 발행연도 : 2019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491.504-ㅊ746ㄴ
  • ISBN : 9788963722986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 주 용

 

한반도는 대대로 호랑이들이 지배해왔다. 백두산 호랑이나 시베리아 호랑이라는 말은 귀에 익숙하다. 교육 과정에서 한반도가 호랑이 모양이라는 호랑이 지도론도 호랑이의 명성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늑대라는 말은 어감이 이상하다. 들어본 지 오래된 말이어서일까. 한국에는 늑대가 살았던 적이 없는 것만 같다. 기록에 따르면 1960년대 영주에서 포획된 늑대가 남한에서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현명은 몽골로 떠난다. 한반도에는 더는 존재하지 않을 늑대에 대한 기록을 빼곡하게 적어가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야생동물 흔적 도감>>이라는 책으로 우리를 만났던 포유류 전문가 최현명의 12년 만의 신작이다. 200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진짜 늑대를 찾기 위해 야생으로 들어간 터라 현대 문명과 괴리감이 크지 않다. 다만 여정이 끝나고 귀국했을 때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아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사건 외에 책에서 45일간 백방으로 늑대 굴을 찾으러 다닌 저자의 상황을 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모습에 눈물겹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늑대 굴을 헤집어 놓거나, 사례금을 받기 위해 여우굴을 발견하고 늑대 굴로 천연덕스럽게 속이는 현지 주민들의 모습들 때문에 여정이 길어지는 모습이 가감 없이 적혀 있다. 기록의 절반을 넘을 때까지 제대로 된 늑대 굴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늑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모습은 볼만하다. 불광불급이라는 말이 참으로 저자와 어울렸다.

 

산과 들을 걸을 때 눈앞으로 많은 사물들이 지나가지만, 그것들에 대해 어떤 질문이 떠오르는 일은 많지 않다. 질문이 없으면 흥분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그 편식과 선택적인 정보 수집이 오히려 나를 버티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p.128)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저자가 깡패어벙이로 명명한 이 수컷 새끼 늑대들과 저자의 라포 형성 과정도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다. 눈을 뜨지 못한 새끼 늑대들은 저자를 알파 늑대(부모)로 여기고, 밥을 달라고 떼쓰는 모습과 놀아달라고 할퀴는 모습을 그린 여정은 귀엽기까지 하다. 늑대를 관리해왔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늑대 구조를 포기한 후, 깡패와 어벙이는 또 인간에 의해 어떤 선택을 강요당했을까.

 

저자는 말미에 늑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선인은 양으로, 악인은 늑대로 표현되는 양상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유행했던 식인 늑대설화도 부정적 인식을 씌우는 데 일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모자 이야기도 너무나 당연하게 늑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장려한다. 하지만 늑대는 오랜 시간 인간을 피해 살아오는 방법을 배워왔다. 현지인의 인터뷰에도 나왔듯 늑대는 살기 위한 사냥을 거듭할 뿐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반도 늑대를 잃어버린 우리에게 저자는 진실한 늑대가 무언지 전한다.

저자 소개 (저자: 최현명)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포유류 전문가로 통한다. 오직 야생과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연구하는 행적 때문에 철저한 아웃사이더, 혹은 외로운 늑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1963년 경주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고, 조경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1998년 대전 동물원 설계를 끝으로 조경 일을 그만두었다. 야생동물을 만나기 위해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일하다가 더는 야생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되자 그만두고 전국 곳곳으로 동물을 찾아다녔으며, 몽골과 타지키스탄의 파미르고원, 네이멍구 자치주 같은 동북아시아 곳곳을 다니며 야생동물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와 사진이 수천 장이 넘고, 기록해둔 일기장도 수십 권에 이른다. 2007년에는 최태영과 공저로 야생동물 흔적 도감을 펴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 저자가 쓴 포유류에 관한 책이 없고, 특히나 늑대 이야기는 다른 나라 책을 번역해서 소개했을 뿐이다. 이 책은 한국의 동물전문가가 쓴 늑대에 관한 첫 책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목차

 

-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 늑대를 찾아 떠난 여행

- 깡패와 어벙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 여행 밖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