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늦은 퇴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면 별들이 반짝인다. 별을 보며 생각한다. ‘저건 별일까 인공위성일까?’ 미세먼지와 도심의 빛 공해로 탄생한 이런 재미없는 의문과 달리 옛 그리스인들은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별과 별을 잇고 별자리와 신화를 만들었다.

역사학자이자 기록연구학자인 데이비드 W.마셜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들어 낸 별자리와 그 안에 담긴 그리스 신화를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소개했다. 서문, 고대의 별자리, 현대의 별자리, 농사·목축·항해의 길잡이가 되어준 밤하늘의 별들, 부록으로 구성된 책은 책의 제목대로 ‘하늘의 그려진 이야기’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그리스로마신화와 별자리는 떼려야 뗄 수 없고 하나의 별자리에도 수많은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소개된 별자리를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별을 이어 만든 별자리의 형태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 무엇으로 보이는가? 오리온자리 옆에 위치한 작은개자리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저 두 점을 이어 사냥꾼 오리온 곁을 지키는 작은 개의 모습의 이야기를 상상해 내었다. 이 이외에도 표현할 수 없지만, 별과 별을 연결했을 때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별자리들이 많다.

책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다룬 많은 책과 마찬가지로 교훈을 전해준다. 실수로 신의 노여움을 산 사람, 반듯한 삶과 헌신 대가를 받는 존재, 방종한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런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누구나 볼 수 있고, 변하지 않는 밤하늘의 별자리에 이야기를 그린 것은 아닐까?

이밖에도 요즘 실생활에서 별자리를 이용한다고 하면 인터넷에 오늘의 운세를 찾아볼 때 정도, 이 경우도 실제 별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전에 별자리는 시기를 알려주는 지표로써 농사, 목축, 항해 등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저 불규칙적으로 밤하늘에 흩뿌려진 별 담긴 이야기에, 별과 함께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활에 관심이 간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이타적으로 봉사하고 자신을 희생한 양은 밤하늘에 자신의 별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는 바다 표면 위에 황금색 털을 겨우 드러낸 채 헬레스폰트 해협을 수영하던 그 모습 그대로 별들 사이에서 헤엄치고 있다. 양은 길을 안내하는 별빛을 보고자 주둥이를 뒤로 돌린 채 위를 보고, 뿔은 아래로 내려가 있다. 이제 그 빛나는 황금 양털은 탐욕스러운 왕이 저 혼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지상의 모든 존재가 바라보며 즐기고 있다. 182p

열정적인 이야기와 도덕적인 교훈에 더하여, 밤하늘은 동서남북의 방향과 시간의 흐름을 알려 주는 실용적인 지표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깨어나 일할 수 있도록 신들이 태양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또한 신들은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 항해하는 시기, 풍랑이 거센 바다를 피할 수 있는 시기 등을 알려 주려고 인간에게 별자리와 성단을 주었다고도 생각했다. 2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