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평

책 속의 주인공 두리틀 박사는 동물의 언어를 배워 동물과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다. 또한 동물에 대한 애정이 크고 동물학을 탐구하는 박물학자이다. 이러한 주인공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 중의 하나가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이다. 작가 휴 로프팅의 ‘두리틀 박사’ 시리즈는 20세기 초반에 쓰인 오래된 이야기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사랑과 남다른 상상력으로 쓰여 지금 읽기에도 흥미진진한 책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포켓몬 만화가 처음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요즘도 포켓몬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포켓몬 이야기는 두리틀 박사 이야기와 닮은 구석이 많다. 사람과 동물(포켓몬)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사람과 동물(포켓몬)이 함께 모험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에게 주인공과 동물이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인가 보다.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오리 ‘댑댑’, 똑똑하고 사려 깊은 개 ‘지프’, 지혜로운 앵무새 ‘폴리네시아’ 등 재밌는 설정의 동물들을 지켜보는 일은 무척 즐겁다. 하지만 작품이 쓰인 시대에 만연해 있는 인식이 이야기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백인과 유색인종 간의 문화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문화 중심적인 견해이다. 그 때문에 1970년대에는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에게 두리틀 박사 시리즈를 보이길 내켜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요소로 인해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적인 생각이나 자문화 중심적인 사고가 자리 잡지 않도록 분별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 경험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부모의 가르침, 그리고 책을 통해서 스스로 의문과 질문을 품고 공감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완성되지 않을까? 이런 재밌는 책에서도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는 가르침과 함께라면 더 뜻깊은 독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리틀 박사 이야기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최근 2020년에 ‘닥터 두리틀’ 영화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동물을 사랑하는 여러분을 이 책 속으로 초대한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