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인트로

주메뉴

개 다섯 마리의 밤
개 다섯 마리의 밤
  • 저자 : 채영신 지음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813.7-ㅊ172ㄱ
  • ISBN : 9791167370433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혜선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생들은 우리의 세상과 많이도 닮아있는 듯하다.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차갑고 냉정한 현실이 눈 앞에 닥쳐있었다. 세상 어딘가에서 꼭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아, 읽는 내내 퍽퍽한 밤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함이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는 상처가 있는 것을 깨달을 만큼

나이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때론 어른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집요하다.”

개 다섯 마리의 밤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인 세민은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백색증을 앓고있는 세민은 어딜가나 화제의 중심이었고, 아이들의 먹잇감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안빈은 세민을 괴롭히는 무리의 주동자다. 자신의 바람대로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꼿꼿이 온갖 괴롭힘을 견디고 있는 세민을 보니 오기가 생긴다. 순수함이 만들어낸 차별은 생각보다 날카롭다. 아이들의 차별은 깨진 유리조각처럼 세민을 아프게 다가온다. 이런 아픔에 익숙해진 세민의 속은 조금씩 조금씩 벌레 먹힌 사과 마냥 곪아가고 있었다.

 

한편, 엄마 혜정은 이런 세민의 모습이 안타까워하며 죄책감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학원을 다녀온 세민은 엄마에게 짙은 술냄새를 느끼곤 했다. 아이들은 아이의 감정을 돌보아줄 여유가 없는 부모에게 점점 익숙해져 간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지 않던가. 한 지붕 아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가족이라서 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쌓인다. 같은 시간을 살더라도 서로를 바라보지 못한다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방관하듯이 바라보았다. 폭주기관차 같은 소설의 흐름을 타고 가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소설의 끝은 천국이었을까, 지옥이었을까.

 

소설은 매우 솔직하고 거침없는 문체로 신랄하게 세상을 꼬집고 있다. 학교폭력, 친족 간 성범죄, 종교문제, 소수자·사회적약자에 대한 차별, 장애 인식 개선 문제 등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쉬이 이야기를 꺼내기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잘 읽혔던 이유는, 인물들의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서사 덕분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 등장하며 갈등을 고조시킨다.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인물들의 심리는 더욱더 처절하고 잔인한 형태로 변모하며 극으로 치닫는다. 인물들은 서로를 위로하기보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는데, 공감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상실감 또한 이 소설을 끌어가는 요소 중 하나이다.

 

작가는 인물들을 출구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뜨렸다. 그곳에서 발버둥 치며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 끝장을 보려는 게 틀림없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끔찍한 이야기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해피엔딩이 보장된 동화라면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현실은 녹록지않다.

우리는 혐오와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혐오와 차별은 그리 먼 사이가 아니기에, 한가지가 촉발되면 다음 순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소수는 약자가 될 수 밖에 없고, 다수는 약자를 혐오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흐린 눈을 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개 다섯 마리의 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보던 악당들은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나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사연 없는 인생 없는 것처럼, 누가 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누가 완전한 가해자이고 또 완전한 피해자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모순투성이 세상, 서로의 곁마저 허락하지 않는 냉담한 현실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몸부림쳐 살아남아야 했던 삶이 바로, “개 다섯 마리의 밤이 아니었을까.

저자 소개 (저자: 채영신)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실천 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여보세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단편 <4인용 식탁>으로 젊은소설(문학나무)에 선정되었고, 2016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 문학 분야에 선정되었다. 장편소설 필래요(2020)와 소설집 소풍(2020)이 있다.

 

목차

1. 초코파이

2. 샤브샤브

3. 폐가

4. 동물농장

5. 대본

6. 마술쇼

7. 올가미

8. 연극

9. 미끼

 

I. 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심사평

II.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