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평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태어난 북극곰 ‘눈보라’는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사냥을 나가지 못해 점점 더 말라갔습니다. 결국 인간들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던 ‘눈보라’는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 ‘눈보라’는 사진 속 판다를 따라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이 소리쳤습니다. “판다가 나타났다고요!” 아이들은 ‘눈보라’를 판다로 알고 귀엽다 껴안고, 어른들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눈보라’는 사진 속 판다 따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직 한 줌의 흙을 발랐을 뿐인데 자신에게 돌을 던지던 인간들이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그 까닭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눈보라’는 또다시 내쫓겼습니다. 영원히….

이 책은 북극의 기후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들의 이중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북극곰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그들의 막다른 처지를 모른 척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낍니다. 겉모습만 판다로 변한 ‘눈보라’를 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외양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들의 잘못된 태도를 보여줍니다. 마을까지 내려온 북극곰을 봤을 때 “날씨가 추울 때는 내려오지 않았는데”라고 말했던 노인에게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함께 고민했다면, ‘눈보라’를 눈보라 속으로 밀어 넣는 행동은 안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린이책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