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걷는 연인은 이별한다. 꿈에 돼지가 나오면 복권을 사야 한다. 중요한 시험을 볼 때는 미역국을 먹으면 좋지 않고 상대방이 빨간펜으로 내 이름을 적으면 적잖이 불쾌하다. 이 문장들 모두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지만 어떤 것도 과학적인 근거나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것들을 ‘미신’이라고 한다.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미신이야기는 저자인 미국 베스트셀러작가 샐리 쿨타드가 소개하는 미신이야기이다. 책의 내용은 LIGHT/DARK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LIGHT엔 우물에 동전 던지기, 누구를 위하여 술잔을 드는가, 네잎클로버, 손가락 교차하기 등 긍정적인 종류의 미신 이야기가, DARK에는 검은 고양이, 쓸 수 없는 숫자 13, 보름달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등 부정적인 미신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은 주로 서양권의 미신을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점은 미신이야기를 통해 해당 문화권의 특색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미신(혹은 속설)이 있을 정도로 까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국이나 서양 문화권에선 ‘악마의 새’라고 불릴 정도로 불길한 징조라고 한다. 또한 우리는 귀가 간지러울 때 ‘다른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나?’하고 생각하지만 서양권에선 로마 시대부터 귀가 화끈거리거나 윙윙 울리면 자신들이 뒷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이러한 미신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아마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상생활 속 무엇이라도 의지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무지로 인한 현상과 원인 사이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메꾸기 위해서, 특정 의도를 담아 전승시키기 위해서, 혹은 같은 일이 반복되어 생기는 징크스가 미신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미신을 믿는 여러 이유 중에서 가장 분명한 한 가지는 그것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 사람들은 이상한 기상환경을 비롯해 기이한 질병에 이르는 난해한 문제를 미신을 통해 이해했고, 미신을 통해 힘을 부여받았다고 여겼다. - 본문 9p

나는 굳이 미신을 찾아서 믿는 편은 아니지만 비록 플라시보효과일지라도,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사소한 믿음을 가져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행운이 오길 기다리면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가 행운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즐기는 것이다. 무분별한 믿음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미신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며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미신이야기를 권한다.

유럽에는 사랑의 결실에 대한 로맨틱하고 유구한 역사가 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아보기 위해 씨앗이나 구슬, 꽃잎을 세는 풍습이 바로 그것이다. - 본문 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