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는 말이다. 편한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으로 남남이 되었을 때, 오래된 연인과 이별 했을 때,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을 때. 여기에 더해 익숙해서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서울의 보물’이다.

‘집에서 찾아가는 서울의 보물’은 600년간 수도로 자리를 지켜온 서울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우리에게 소개한다. 비주얼리스트라고 본인을 지칭하는 저자 권동현은 서울의 한양도성(종로구, 중구, 용산구)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고궁박물관 등 주요소재지를 소개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책에 실린 모든 유물을 저자가 직접 그려서 실었다는 것이다. 사실적이지 않지만 귀엽기까지 한 일러스트가 이목을 끌고 해당 유물에 관심이 가진 사람은 QR코드로 유물의 실제 사진을 볼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언택트’가 일상이 되는 지금, 집에서 비주얼로 만나고 느껴보는 여행을 제공하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일러스트와 함께 적힌 문화재의 위치가 담긴 지도와 설명, 그리고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관광가이드를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서울에 살면 익숙하게 지나치는 경복궁과 도시 곳곳에 얼마나 많은 보물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에 실린 모든 보물은 서울 시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제3대 문화재청 청장이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는 방송에서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2004년 당시 1,000원(현재는 3,000원)이었던 경복궁 입장료가 2~3만원을 내야 출입할 수 있는 외국 고궁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문화재에 가격을 매길 순 없지만 국제적 시각으로도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유홍준 교수의 주장처럼 우리는 외국에 비해, 문화적 가치가 높은 보물들에 보다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접근성 탓에 유물의 문화적 가치를 낮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곁에 있는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위와 같은 우려가 아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화재의 소중함만이 남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익숙했던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는 요즘. 저자가 안내하는 ‘집에서 찾아가는’ 답사여행에 초대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을 때 이 책을 들고 서울 시내를 다녀 보는 것도 좋겠다.

어린시절 때때로 ‘우리나라는 왜 유럽이나 중국, 일본처럼 웅장한 문화유산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으나. 어느 문헌에서 ‘그 시대의 이념과 철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역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거대 건축물보다는 후세를 위한 기록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다’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선조들의 애민 정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서문

금동약사여래입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높이 29cm의 자그마한 금동불로, 광배와 대좌는 없어졌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약사여래 입상이다. 약사여래는 모든 중생의 질병을 구제해 준다는 의미를 지닌 부처로 손에 약합을 들고 있는 특징이 있다. - 20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