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태진
“어린 시절 나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그래서 거의 매일 밤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내세에 대한 믿음과 영원에 대한 아주 생생한 개념이 없었다. 나의 두려움은 종종 시각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나는 무한한 회색 세계에서, 내 아래 쪽으로 점차 가팔라지는, 특색이 없는, 그리고 아래로 끊임없이 이어진 비탈길 위에 혼자 있었다.” p.73
철학자들의 철학자, 갈렌 스트로슨의 저서가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바로 <불면의 이유> 이다. 스트로슨은 어려서부터 거의 매일 밤 죽음, 자기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이 미래에 영원히 부재하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불면의 이유>의 원제는 “나를 괴롭히는 것들” (Things That Bother Me)이다. 즉, 이 책은 죽음, 자유, 자아, 기억, 영원에 대한 잠들지 못하는 자들의 철학서다. 책은 일곱 편의 에세이와 한 편의 인터뷰, 그리고 한 편의 자서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트로슨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며, 결정론을 옹호하는 물리주의적 자연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스트로슨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에 진정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유의지는 완전한 책임, 제한이나 예의 없는 책임, 전적이고 근본적인 궁극적 책임감 등 과단성 있는 방식으로 책임을 질 때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스트로슨이 생각하는 자유의지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삶의 서사에 대한 스트로슨의 관점 또한 인상적이다. 스트로슨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내가 형성된 방식은 나의 과거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지만,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구성하는 과거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가벼운 책이지만 이 책이 주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아를 찾는 아홉가지 철학적 사유에 대해 곱씹어보고 고민해보면 좋겠다.
♣ 저자 소개 (저자 : 갈렌 스트로슨)
철학에 관한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이자, 현재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의 철학과 총장석좌 교수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며, 결정론을 옹호하는 물리주의적 자연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 목차
저자 서문
0. 서론
1. 자아의 감각
2. 우리 시대의 오류
3. 나는 미래가 없다
4. 모든 것은 운에 달렸다
5. 당신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없다
6. 가장 어리석은 주장
7. 진정한 자연주의
8. 이야기되지 않은 삶
9. 2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