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안녕하세요, Hello, 您好, Guten Tag, Bonjour, ¡Hola, こんにちは。, Здравствуйте. 자, 이중 내가 아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쳐보자. 눈치챘겠지만 모두 ‘안녕하세요’라는 같은 뜻의 다른 언어이다. 나는 안녕하세요, Hello, Bonjour, こんにちは。에 동그라미를 칠 수 있었다. 이런 다른 나라의 언어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내 머릿속에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학습되었을까? 그렇다면 내가 “나는 4개 국어가 가능한 다중언어자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어의 뇌과학’의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는 “NO”라고 단언할 것이다.
두 가지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뇌 속에서 체계적으로 학습되고, 정리되는가? 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책 ‘언어의 뇌과학’에서 저자는 연구를 위해 ‘이중언어자’라는 단어의 정의를 먼저 내린다. 하나. 두 언어를 비슷하게 잘하는 사람일 것, 둘. 학습이 아닌 생활환경 속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 것.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위해 연구대상을 좁힌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중언어자가 아니라고 해서 이 책의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문 속 저자의 말처럼 책은 제 2언어를 배우는 방법이 아닌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알아보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 속엔 뱃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태아부터 알츠하이머로 모국어를 잃어가는 노인, 이중언어자와 단일 언어자의 차이 등 언어와 학습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충분히 유익하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로 유명한 과학자 정재승은 추천사에 이 책을 ‘언어 교육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과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소개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배울 수 없다.“ 이 결과는 사회적 접촉이 외국어 학습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고 단순히 언어만 노출 시킨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 본문 52p
“어떤 충고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금까지는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잠깐 조언할 수 있도록 허락하길 바란다. 만일 자녀의 어휘 발전에 정말 관심이 많다면, 더 도전적이고 풍부한 언어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에 노출 시키면 좋을 것이다.” - 본문 121p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매체의 출현으로 우리는 좋든 싫든 지구촌 사회의 주민이 되었다. 지금도 당장 스마트폰을 들면 어렵지 않게 다른 나라의 언어를 접하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다른 언어 환경에 적응 해내야만 하는 지금, 우리는 두 언어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알아보는 여정을 통해 어떻게 언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까 하는 또 다른 여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저자 소개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이탈리아의 국제고등연구소(Scuola Internazionale Superiore di Studi Avanzati)를 거쳐 바르셀로나대학교로 돌아와 교수로 일했다. “이중언어 사용이 뇌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저명한 국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했고 2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신경언어학 저널』(Journal of Neurolinguistics), 『인지』(Cognition) 그리고『신경과학』(Neuroscience)의 편집인을 지내기도 했다. 폼페우 파브라대학교(UPF)의 인지 및 뇌 센터(Cognition and Brain Center)에서 ICREA 연구 교수로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이라는 연구 그룹을 이끌다가 2018년 12월, 4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목차
제1장 두 언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제2장 이중언어자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3장 이중언어를 하면 뇌가 어떻게 변할까
제4장 이중언어 사용은 노화를 늦추는가
제5장 이중언어자의 의사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