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모두 보기

주메뉴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저자 : 이세라 지음
  • 출판사 : 나무의철학
  • 발행연도 : 2020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650.4-ㅇ768ㅁ
  • ISBN : 9791158511814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장리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기상캐스터로 활동하였던 프리랜서 방송인 작가가 미술에세이를 썼다고 해서 의아했다. 그림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미술관련 석사학위를 받고 전시회를 다니는 것이 취미이고,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친숙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술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하니 미술작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느껴져서 의아함은 해소되었다.

 

작가 자신을 위로해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품을 소개하며 미술가들의 일생을 돌아보며, 작가 자신의 얘기도 한다. 기존의 일반적인 명화해설서와는 다른 방식 때문인지 예술 관련 서적을 읽기 힘들어하는 나도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미술 작품을 꼭 해석하는 주입식 감상에서 벗어나 작품을 보고 느껴지는 대로 순수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본 그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소개한 점이 다른 책과 차별되지 않나 싶다.

 

성공한 예술가의 아내로 남고 싶지 않았던 마리 크뢰위에르, 쏟아지는 찬사에도 평생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몰랐던 알브레히트 뒤러, 평론가들의 비판과 조롱에도 꿋꿋하게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가감없이 조망한 잭 베트리아노, 사랑받는 게 인생의 전부였던 과거로부터 용감하게 빠져나온 트레이시 에민,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아닌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이름을 남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이 작가들의 삶은 순탄치 않고, 아름답지도 않지만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삶을 지켜가면서 완성한 작품을 보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2장의 전쟁기념관을 거닐다라는 챕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술에세이에서 전쟁기념관 감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 전쟁기념관이라는 명칭부터 의아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군인의 서사로만 전쟁을 기억하는 태도라는 대목에서 생각하지 못한 시선이었다. 4장의 사랑하기에 적당한 거리는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챕터 중 하나인데 생각지 못한 감상포인트가 있어 책으로 내용을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P.19 나는 캐스터로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끝은 더욱 아니라는 사실을 되뇌었다. 그러나 방송일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을 둘러싼 편견은 생각보다 견고했고, 그때마다 내 허약한 자존감은 휘청거렸다. 어떤 편견은 적당히 이용했고 때로는 적극 부정하고 해명하며 사는 동안 내게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입장이라는 게 생겼다. 그 누구도 나를, 내 삶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에 대해 말하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발언권은 오직 나에게 있어야 했다.

 

P. 177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날아오르는 샤갈의 연인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좋은 사랑을 못 혹은 안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마음의 빗장을 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실패. 나는 이럴 때 과거가 결코 과거가 아님을, 아직도 나를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음을 느낀다.

 

저자 소개 (저자: 이세라)

 

1987년 태어나 소설과 시를 질리도록 읽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안양예고 문예창작과와 동국대학교 국문과에서 시와 소설 비평을 공부하며 식민지문학 연구자가 되기를 꿈꾸다가, 대학 4학년 때 진로를 바꾸어 졸업을 2개월 남겨두고 방송인이 되었다.

기상청 기상캐스터로 6개월 일한 뒤 연합뉴스TV로 자리를 옮겨뉴스Y기상캐스터로 근무했다. 201210KBS 공채에 합격했고 26개월 뒤9시 뉴스기상캐스터로 발탁되었다. 정확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일만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작업에 애정이 많아서 2016년부터 약 3년 동안영화가 좋다를 진행했다.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살면서 자주,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의 상당 부분은 직업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매번 반박할 수 없어 복잡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그림과 전시물들이 곁을 내주었다. 사람에게 받지 못한 위로와 응원을 미술과 예술가들에게 받으며 살아갈 용기를 내다 보니, 어느새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 교육을 받은 일을 계기로, 다양한 미술 콘텐츠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전달하는 미술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 책을 쓴 것은 그 첫걸음이다. 미술 감상은 어려운, 고상한, 있어 보이는 무엇이라는 편견을 깨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많은 이들이 미술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912, 유튜브 사적인 미술관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seraweather

 

 

목차

 

프롤로그_ 5

 

1장 그림 앞에 서는 시간

내가 누구인지 누가 말해주는가_ 마리 크뢰위에르 16 | 애 없는 이모 마음_ 펠릭스 발로통 29 | 남자 없는 세상_ 존 윌리엄 고드워드 36 | 뒤러는 행복했을까_ 알브레히트 뒤러 46 |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다_ 조토 디 본도네 54 | 좁고 깊은 삶을 위해_ 조르조 모란디 61 | 내가 되고 싶은 어른 69 | 속물의 사랑을 말하다_ 잭 베트리아노 75 | 슬픈 르누아르_ 오귀스트 르누아르 86

 

2장 나의 모든 시작의 순간들

서울, 나의 도시 98 |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106 | 뒤돌지 않는 마음으로_ 잭슨 폴록 113 | 끝까지 살아남은 이는 누구였을까?_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123 | 더 이상 젊고 아름답지 않더라도_ 쿠엔틴 마시스 136 | 전쟁기념관을 거닐다 | 술이란 무엇인가_ 피터르 브뤼헐&에드가 드가 154 | 결국, 마지막은 사랑_ 마르크 샤갈 169 | 어떤 간절함에 대해_ 루치오 폰타나 178

 

3장 다시는 망설이지 않겠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188 | 내가 가장 예쁘게 웃던 날들_ 지나이다 세레브랴코바 195 |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며 204 | 오늘도 밤잠을 설칠 당신에게_ 쉬린 네샤트 210 | 잊지 마,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서_ 트레이시 에민 220 | 굳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_ 에리카 디만 232 | 아름답게 이별할 줄 아는 사람_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240 | 시다의 꿈 246 |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_ 테오도르 제리코 & 송상희 252

 

4장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라도 온다

이 여름 낡은 책과 연애하느니_ 호아킨 소로야 & 윈슬로 호머 264 | 남의 집 귀한 딸 272 | 그 남자를 멀리해 280 | 사랑하기에 적당한 거리_리카르드 베르그 & 앙리 마르탱 287 | 이혼도 이력이 되나요? 296 | 그날의 불꽃놀이_ 제임스 맥닐 휘슬러 & 야마시타 기요시 301 |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_ 카미유 코로 308 | 팝팝, 나의 캔디 앤디_ 앤디 워홀 318 | 결국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살 뿐_ 아쉴 고르키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