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 정
주인공의 이름은 나해수(羅海水). 빼어날 수(秀)가 아닌 물 수(水)를 쓰는 바람에 자기의 70퍼센트가 바닷물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은 시나리오 작가. 십 년 전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데뷔했지만 계속 실패만 쌓아가고 현재는 봉투 붙이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 개의 태양>이란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나해수는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무작정 아로와나를 떠맡기고 스페인으로 떠나버린 하나밖에 없는 영화판 친구 때문에 졸지에 낯선 열대어와 동거하게 된다. 자기도 잘 못 먹는 돼지고기를 먹여야 하고, 에어컨이 없는 옥탑방에서 더위에 약한 아로와나를 위해 산소발생기와 수온계, 여과 장치, 냉난방 자동온도조절기를 설치하는 등 이 낯선 불청객은 벼룩의 간을 계속 빼먹는다.
혹시나 옥탑방에서 굶어 죽지는 않을까 찬밥을 가져다주는 집주인은 갑자기 늘어난 전기세를 추궁해오기 시작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데뷔작 <치마의 모험>이 자신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버젓이 뮤지컬로 개작되어 공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뷔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쓴 불공정 계약서 때문. 나해수는 돈 문제에 앞서 자식 같은 이야기를 강탈당한 분노에 휩싸여 승산 없는 소송을 시작하는데…… 나해수는 아로와나를 지키고,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까?
책을 읽은 뒤 그 모습이 너무 궁금해져서 아로와나를 검색해 보았다. 무려 1억 5천만 년 전부터 살았던 고대어이며, 아마존에서 살고 야생에선 3미터까지 자라지만, 어항에선 최대 1.2미터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은빛 물고기의 사진을 보는 순간 왜 원망할 대상으로 아로와나를 선택했는지, 그러다 점점 생에 하나밖에 없는 의미가 되어버렸는지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작가는 이 책은 나와 아로와나의 이야기라고 계속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고시원과 반지하방, 옥탑방을 전전하는 청년 세대의 처절한 현실, 짠내나고 별나지만 결국 내 주변의 이웃들인 빌라의 사람들,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도전하지만 쌓이는 건 실패와 좌절, 미투나 저작권 침해 소송 문제 등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등등. 가사는 슬픈데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댄스곡처럼, 안쓰럽고 짠하고 고단하고 슬퍼야 하는데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다. 일이 잘 풀릴 거라는 희망도 기대도 환상도 없는데 왠지 잘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책이랄까.
“삶이란 실패를 쌓으면서 태양을 향해 걷는 것. 발목을 삐고 발등을 찍히고 동상에 걸리더라도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오스테오글로숨!! 힘들 때마다 주문을 외워보자. 의미를 알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외쳐보는 거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 저자 소개 (저자: 박성경)
서울에서 태어나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영화 [S다이어리], [소년, 천국에 가다] 각본과 장편소설 《쉬운 여자》, 청소년 소설 《나쁜 엄마》를 썼다. 두 편의 소설 모두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BOOK TO FILM 선정작으로 초대되었으며, 《나쁜 엄마》는 베트남에서도 출간되었다. 《나와 아로와나》는 소설가로 죽기를 각오하고 쓴 소설이다.
♣ 목차
나와 아로와나
35 혹은 53
나와 현이
나와 도서관 1
나와 주인님
나와 도서관 2
나와 오만 원
나와 〈치마의 모험〉
나와 저작권
나와 삼천 원
나와 송곳
나와 반지남
나와 옛날 애인
나와 주인놈
나와 석이
나와 아버지
나와 옥수수
나와 나혜석
나와 주홍글자
나와 도서관 3
오스테오글로숨
seawater70과 arowana84
나와 A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