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지연

몇 년 전 취업을 준비하며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렸다. 어느 날인가부터 종일 기운이 없고 자꾸만 잠이 몰려왔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먹는 것도, 노는 것에도 흥미가 사라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점점 더 초조해졌지만, 몸도 마음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 무기력함에서 빠져나오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기분이 없는 기분’은 이별에 대한 애도의 한 방식을 덤덤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울과 무기력이 몰려오고, 떠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혜진은 연락을 끊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해결되지 못한 분노와 죄책감, 슬픔으로 인해 혜진은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주위의 도움과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노력을 통해 그는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온다.

'나는 겁이 났던 것 같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보려고, 자꾸 괜찮다고만 했었나 보다.

마음을 아주 조금 열어봤더니, 역시나 불안하고 무섭다.

모르는 척하고 얼른 도로 닫아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고장난 데를 고칠 수 없겠지.'

189p.

우리는 갑작스럽게 불안과 슬픔, 고통이라는 감정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리고 곧이어 깊은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다.

기분이 없는 어느 날 펼친 이 책이,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