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기가 어른이 되기까지는 시간의 이르고 느림을 제외하면 어쩜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기만이 아닌 다른 아기들도 똑같은 몸짓과 표정을 한다고 해도 그 미묘한 변화와 새로움은 부모된 이들에게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진다. ”-p.89
“제시가 있는 이 집 안에서 보면 모든 것이 평화로울 것 같고 따사로울 것 같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보면, 저 창밖의 서늘스런 바람이 부는 현실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게 흘러가고 있다.”-p.96
“우리 임정의 원로 선생님께서 타계하신 이 시간에, 철모르는 제시는 밤낮 노래 부르며 봄기운과 같이 잘 자라고 있다. 죽음과 삶이란 것이 이런 것인지, 생명이 생기고 사라질 때를 우리는 수없이 많이 목격한다. …”p.110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양우조, 최선화 부부가 중국에서 맏딸 '제시'를 낳으며, ‘제시’의 성장사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1946년 환국 시까지 8년간 기록했던 육아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백범 김구 선생과 도산 안창호 선생 같은 분의 소소한 일화는 물론, 알려지지 않은 임시정부의 사람들과 임시정부의 피난 현실에 대하여 알 수 있으며, 임시정부의 많은 식솔이 의연한 모습으로 타국에서 피난의 길을 이겨내며 동포 사이에서 끈끈한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아이를 보며 느낀 생각이나 일상을 보내며 쓴 표현에서, 조국이나 임시정부의 현실을 초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시정부의 행로와 중국에서의 생활, 독립에 대한 희망을 담은 소소한 일상들을 통하여 생사가 오가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삶의 열정을 꽃피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임시정부에 관한 기록이 소실된 가운데 임시정부가 일본의 공습을 피해 이동한 과정과 실상을 알려주는 유일한 사료이기에 역사적 가치가 있다. 생사가 오가는 전시 상황에서도 타국에서 어떻게 삶의 열정을 꽃 피울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에서 작가가 강인함은 물론 초연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프롤로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을 정리하였고 ’제시‘의 딸인 김현주씨가 미국에서 초, 중학교 역사교재로 지정되었고, 역사 왜곡으로 문제가 된 도서 <요코 이야기>를 바로잡기 위하여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하여 학부모, 교사들과 힘을 합해 노력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공동체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간 임시정부 요인들의 정신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저자 소개 (저자 : 양우조)
1897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성장하였다. 호는 소벽(少碧), 본명은 양명진(楊明鎭)이다. 19세에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해 독립운동가 신규식 선생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매사추세츠 주 뉴베드퍼드(New Bedford)에서 방직학교를 졸업하였다. 그가 방직 공학을 공부한 이유는 내 손으로 조국 동포들을 입혀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학업을 마친 후 미국 흥사단에 가입하여 활동했던 그는 다시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과 한국독립당 중앙집행위원, 임시정부 생계부 차장 등으로 항일활동을 하였다. 정부로부터 그 공훈을 인정받은 그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되었다.
♣ 저자 소개 (저자 : 최선화)
양우조 선생의 아내이자 제시의 어머니로서,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1931년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모교에서 교편을 잡는 신여성이었던 그녀는 1936년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하고 차후에 한국애국부인회의의 서무부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그녀 역시 정부로부터 그 공훈을 인정받아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되었다.
♣ 목차
프롤로그, 백 년 전의 그대를 만나다. 10쪽
1999년, 60년 전의 일기를 펼치며 13쪽
추천의 글: 한시준 박사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16쪽
그가 그녀를 만났을 때 18쪽
1. 중국, 그 대륙을 떠도는 부평초가 되어 (1938년 7월 4일-1939년 4월 30일)
아기 제시의 탄생 33쪽
남쪽으로 남쪽으로 45쪽
긴 배여행을 마치고 새로운 땅으로 54쪽
아기 키우기 61쪽
제시의 피난생활 66쪽
다시 떠나는 피난길 72쪽
2. 그래도 희망을 가슴에 품고 (1939년 5월 3일-1940년 11월 12일)
기강 땅의 제시 85쪽
중국 땅의 ‘푸른 하늘 은하수’ 118쪽
공습경보와 야외 산보 123쪽
아버지가 없는 집 127쪽
새로운 도시 중경으로 134쪽
3. 제2의 고향, 중경 (1940년 11월 13일-1943년 1월 31일)
보금자리 만들기 143쪽
제시에게 희망의 새해를! 147쪽
동생 제니를 만나다 158쪽
중경, 그 끊이지 않는 공습의 시간 162쪽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다 176쪽
두 자매, 제시와 제비 189쪽
4. 그대를 그리며 (2018년 7월)
5. 계속되는 시련과 아픔 (1943년 2월 3일-1945년 8월 9일)
강북에서 중경 시내로 209쪽
헤어진 가족 219쪽
아버지의 ‘엄마’되기 226쪽
근심 어린 손님, 병마가 머무르다 231쪽
6. 소원은 이뤄졌지만... (1945년 8월 10일-1946년 4월 29일)
광복의 그날이 오다 245쪽
그리던 조국으로 252쪽
못 다한 이야기 (그 후 이야기) 268쪽
오늘에 하는 말 271쪽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를 그리며 274쪽
에필로그, 역사는 이어진다 279쪽
일기에 등장한 사람들에 대하여 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