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 주 용

해마다 여름이 되면 냉면 전문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과거, 평안도 지방에서의 냉면은 겨울 음식으로 분류되어 왔다. ‘한겨울에 아랫목에 앉아 차가운 김칫국물에다가 이를 덜덜 떨며 먹어야 진짜 냉면이다’라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문화와 함께 맛도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 김남천의 수필 <<평양냉면>>에 따르면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존재했다고 한다. “소갈비나 구워 소주를 마신 뒤 고추를 쳐서 동치밋국에 말아놓은 냉면”이라는 표현은 그가 냉면을 얼마나 맛있게 먹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평양냉면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다. 1부에서는 김소저와 김남천, 그리고 백석의 글들을 통해 평양냉면을 예찬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평양냉면의 역사를 담고 있다. 구전으로는 평양의 찬샘골로부터, 기록으로는 조선 중기 장유의 <자장냉면>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그리고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측에서 제공한 옥류관의 평양냉면이었다. 이후 옥류관을 유치하기 위한 시․도의 경쟁이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남았다. 냉면이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됐었다.

3부에서는 냉면을 다룬 문학작품들을 소개한다. 김랑운의 <냉면>, 이태준의 <유경식보>, <유령의 종로> 등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유종석의 <냉면 한 그릇>의 분위기는 냉면을 가지고 <운수좋은 날>의 설렁탕과 비슷한 소재로 유감없이 글을 써내려간 모습이 인상깊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각각 평양냉면을 맛본 사람들의 소감을 모아둔다. 그 중에서도 옥류관의 다섯 가지 맛-국수 맛, 풍경 맛, 건물 맛, 바람 맛, 약수 맛-은 통일 이후에나 맛볼 수 있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밋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백석의 시 <국수> 中.

싸늘해지는 날씨 가운데 오늘 저녁으로 동치밋국으로 국물 낸 냉면을 즐기는 것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