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태진
자고로 책읽기란 즐거운 일이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책읽기는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아도 당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기도 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양이 시장에 쏟아지기에 선택은 더욱 어려워진다.
좋은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에 각종 기관에서 발표하는 추천도서 목록, 필독서라는 이름하에 소개되는 여러 고전 목록을 살펴보다 보면 책읽기는 무슨, 그저 마냥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남들이 다들 읽는 책이라 해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명저라 하여 읽는다고 해도 나에게 주는 감동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한들 무슨 소용일까?
제목을 외우기 쉽지 않은 책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에서 저자 김운하는 책에 대해서 공부나 지식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갖게 하고 결국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드는 모든 방식의 독서론을 경계한다. 책읽기의 목적은 몽테뉴나 보르헤스의 생각처럼 삶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 지금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들, 알고 싶은 것들, 즐기고 싶은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독서로 즐거움을 얻고자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기를 원한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야말로 모든 독서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p.43
끔찍이 책을 사랑하는 작가 김운하가 책을 읽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도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경이로움과 전율을 찾기 위해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한 이유를 각자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저자 소개 (저자 : 김운하)
소설가이자 인문학자로 집필과 연구,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인문대학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서 철학과 문화를 활발히 연구 중이다.
작품으로는 《137개의 미로카드》, 《언더그라운더》, 《그녀는 문 밖에 서 있었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와 공동창작집 《이상한 가역 반응》 등의 소설이 있고 중편소설 《자살 금지법》으로 제1회 동아 인산재단 창작기금을 수상했다. 예술 산문으로 《릴케의 침묵》이 있고, 인문교양서로 《네 번째 책상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선택, 선택의 재발견》, 《카프카의 서재》 등이 있다. 공저로 《포스트바디》, 《지구에는 포스트휴먼이 산다》, 《우리는 가족일까》, 《그로테스크의 몸》, 《애도 받지 못한 자들》과 번역서인 《너무 이른 작별》 등이 있다.
♣ 목차
프롤로그 . 결코 읽기를 끝낼 수 없는 책이 있다
제1부 나쁜 책, 스토커, 그리고 독자
우리는 실컷 웃기 위해 책을 읽는다, 웃기고 황당하고 환상적인 책들의 목록
사람들은 자꾸만 고전을 읽으라고 하지만
응, 뭐라고? 독자가 스토커라고?
체셔 고양이와 아직 쓰이지 않은 책들의 도서관
열광적인 만화광과 애서가 사이의 거리
애틋한 사랑을 기다리듯 한 권의 책을 기다리는 설렘
가짜 독서법에 배반당하지 않는 법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그러나 책을 집어 던질 자유는 있다!
책에 관한 책을 읽는 색다른 즐거움을 아시나요?
오에 겐자부로는 왜 3년 주기 독서법을 썼을까?
제2부 사형수, 도둑, 선원, 알코올중독자 그리고 작가
남다르거나 혹은 비극적이거나, 아주 특이한 인생을 산 작가들
한 권의 책에서 만나는 세렌디피티의 기쁨
밑줄을 그을 것인가, 포스트잇을 붙일 것인가?
작가와 독자, 닮은 듯 다른 못 말리는 야심
에코의 서재와 보르헤스의 서재 그리고 내가 꿈꾸는 서재
어느 슬픈 빠리 망명객의 삶과 책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독자의 이름, 폐지 압축 노동자 한탸
제3부 네 번째 책상 서랍, 타자기, 그리고 회전목마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프로스페로의 서재와 제임스 본드에 관한 짧은 농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필요로 할까?
기이한 백과사전과 책의 분류법에 관하여
죽기 전에 돈키호테나 한 번 더 읽을까?
보르헤스의 도서관엔 과연 프루스트가 있을까?
에필로그 . 잃어버린 말은 비밀을 간직한다, 그리고 독자는 책과 함께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