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서용규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김진영, 포스트카드)는 벤야민 사상에 대한 소개서이면서 평생을 벤야민과 아도르노 연구에 천착했던 철학자 고(故) 김진영의 강의를 정리한 에세이 형식의 강의록이다.
우리가 죽었다고 이미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사람들과 지금 우리들 사이에는 비밀스러운 약속이 있다. 과거는 우리에게 나를 구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이 요청을 실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벤야민은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미래라고 하는 것을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과거로 가려고 하는 것을 과거로 침잠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폐허가 된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희미한 메시아적 힘을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 장은 벤야민의 짧고 강렬한 삶을 소개하고, 둘 째 장에서는 벤야민의 시기별 초상 사진들을 통해 그의 삶을 재조명한다. 이외에도 벤야민의 근대성을 중심으로 신화, 종교, 정치, 육체, 예술, 대도시와 연관시켜 고찰하고 있는데, 난해한 저작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벤야민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고 벤야민의 저서에 대한 저자의 강의 내용을 묶은 것이어서 어렵지 않게 읽혀지리라 생각 했지만, 철학적 식견이 일천한 나로서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조금만 참고 끝까지 정독을 하다보면 한 지식인이 평생을 품고 살았던 부끄러움의 감정에 충분히 동화되어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으리라...
♣ 저자 소개
김진영
철학자. 고려대학교 독문학과 대학원에서 카프카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박사 과정에서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철학을 공부했다. (사)철학아카데미 대표를 지냈고, 여러 인문학 기관에서 철학과 소설, 예술을 주제로 강의했다. 문학 텍스트를 텍스트의 문맥에서 깊이 있게 읽어내는 ‘소설의 미로’ 등 인기 강의로 유명하다. 철학아카데미에서 2013년부터 벤야민 저작들을 강독하는 강의를 진행해 왔다. 2018년, 향년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고 산문집인 『아침의 피아노』를 남겼으며, 공저로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롤랑 바르트’ 편을 쓰고,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옮겼다.
♣ 목차
1강 발터 벤야민, 혹은 한 지식인의 삶 5
2강 발터 벤야민 혹은 꼽추 난쟁이 37
3강 벤야민, 근대성, 비상사태 64
4강 근대성과 신화성: 진보주의, 자본주의, 판타스마고리 107
5강 근대성과 종교: 돈, 무의식, 주물주의 149
6강 근대성과 정치: 폭력, 법, 정의 187
7강 근대성과 육체: 에로스, 불임증, 생명 215
8강 근대성과 예술: 아우라, 사진, 영화 247
9강 근대성과 대도시: 메트로폴리스, 폐허, 아카이브 287
10강 근대성과 역사: 전통과 상속권을 찾아서 319
편집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