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진휘
음악과 우주는 어딘가 닮았다. 소리 내어 두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어보면 분명 다른 의미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상한 일이다. 음악은 무언가를 시끄럽게 하여 존재하는 반면 우주는 아득히 고요하기만 한 공간으로 떠오르는데. 그냥 느낌이 그럴 뿐 논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몽환적인 곡을 좋아하여 우주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들을 많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추론할 뿐이다.
<뮤지컬 코스모스>의 저자는 두루뭉술한 나와는 달리 훨씬 확고하고 논리정연하다. 게다가 근거 또한 명확하다. ‘유비’라는 개념으로 음악과 우주의 과학적 연관성을 설명하는 그의 입담은 재치가 넘치고 즐겁다. 독자들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여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법칙과 현상을 마치 이웃집 아는 사람 얘기인양 늘어놓는 그의 기술은 세상에는 참 여러 분야에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흘겨보게 되는 질투심마저 생기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를 전공하고 과학과 음악에 재능이 없던 나에게는 아무래도 수식과 도표들이 조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기본적인 음악적 소양마저 내겐 머나먼 이야기였던 탓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음악들이 물리학을 위한 유비로 소개되는데, 특히 미국의 거장 색소폰 연주가인 ‘존 콜트레인’의 재즈 음악들이 제법 있다. 심지어 저자는 그가 유세프 라티프(음악 교육학 박사)의 67세 선물로 준 다이어그램을 소개하며 이야기의 첫 단추를 꿰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나는 평소 잘 듣지 않던 재즈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자주 사용하는 음악 어플에서 존 콜트레인을 검색했을 때 가장 상위에 나오는 곡은 <Giant Steps>였다. 들어보니 과연 왜 저자가 그의 곡을 유비로 많이 인용했는지 알겠다. 이 곡을 들으며 <뮤지컬 코스모스>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만큼 훌륭한 곡이었다. 부디 독자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기를. 어울리는 책과 음악의 조화는 저자가 설명하는 음악과 우주의 연관성보다도 감미로울 것이다. 또한 책의 원제가 <The jazz of physics>인 만큼, 재즈의 선율에 취한 채 책을 읽는 사치를 부려 봐도 좋을 것 같다.
저자: 스테판 알렉산더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이며 2013년 미국 물리학회 부셰 상 수상자다. 이론물리학자로서 재즈와 물리학을 융합하는 길을 개척했고 스탠퍼드대학교,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등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재즈 음악가이기도 하며, 2014년에 첫 번째 재즈 앨범을 에린 리우와 함께 녹음했다.
역자: 노태복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과학과 인문,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는 《리처드 파인만》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얽힘의 시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생각한다면 과학처럼》 등이 있다.
♣ 목차
들어가며 ─9
1장 거대한 발걸음 ─21
2장 쿠퍼 교수한테서 받은 가르침 ─41
3장 모든 강은 우주의 구조로 통한다 ─58
4장 아름다움을 찾아서 ─ 70
5장 피타고라스의 꿈 ─91
6장 이노, 소리 우주론자 ─ 111
7장 새로운 음악을 찾아서 ─ 121
8장 진동의 보편성 ─ 131
9장 반항하는 물리학 ─ 149
10장 우리가 사는 우주 ─ 158
11장 소리의 블랙홀 ─ 173
12장 우주 구조의 조화 ─ 183
13장 양자 뇌 속으로 떠나는 여행 ─ 198
14장 파인만의 재즈 패턴 ─ 211
15장 우주의 공명 ─ 221
16장 잡음의 아름다움 ─ 234
17장 음악적 우주 ─ 252
18장 인터스텔라 스페이스 ─ 266
나오며 ─ 284
감사의 말 ─ 289
주 ─ 291
찾아보기 ─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