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 순 남
지구상의 생명체 중 오로지 인간, 그리고 그의 선조격인 유인원들만이 한 살 반쯤 되면 거울을 보고 스스로를 인식한다고 한다. 예들 들어 원숭이나 아기의 얼굴에 물감을 슬쩍 묻혀놓고 거울을 보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들은 신기하게도 얼굴에 묻은 물감을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무엇을 뜻할까?
인간은 누구나 독립된 감정을 가지고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복제된 인간은 과연 자신의 정체성과 자의식을 올바르게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태어난 복제인간 시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이리스 젤린은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지만, 희귀병인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죽음의 절망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하여, 시리라는 복제인간 딸을 만들게 된다.
이리스의 딸이자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시리는 엄마처럼 성공한 피아니스트로 승승장구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엄격하게 양육된다. 말을 배우면서부터 주입된 "너는 내 생명"이라는 주문이 실은 자신이 엄마와는 별개의 인격체로 설 수 없게 하는 말인지를 알게 되면서부터 시리의 반항은 시작된다.
복제인간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알기가 힘들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복제인간에 대한 옳고 그름을 알 수 없지만 어찌 보면 필요할 수도 있는 의료적 도움이 되는 복제도 있고, 심리적인 동기로 인해 이루어지는 이기적 자기 복제도 있기에 이 책을 통해 복제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복제’의 개인적·사회적 윤리 및 이른바 과학기술 문명의 본질적 문제들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기에 일독을 권해본다.
♣ 저자 소개 (저자 : 샬로테 케어너)
저자 샬로테 케어너 CHARLOTTE KERNER는 1950년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국제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캐나다와 중국에서 수학했다. 1980년부터 3년 동안 독일 연방정부가 청소년 교육을 위해 지원하는 청소년 재단의 홍보실 보도 담당자로 일했으며, 주로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게오-비쎈(GEO-WISSEN)』, 『차이트(ZEIT)』, 『엠마(EMMA)』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리제 마이트너의 생애를 그린 『핵물리학자 리제』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생애를 그린 『천상의 아름다움』, 미래소설 『1999년에 태어난』 등이 있으며, 『복제인간 시리』로 2001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재차 수상했다. 뒤의 두 작품은 TV 상영을 위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역자 : 김재희
역자 김재희는 중학교 새내기 때 장래희망에 마술사라고 적어냈다가 회초리로 손바닥을 여러 대나 맞은 기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러 나라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친구를 만난 것이 꿈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어 능력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아들을 포함한 젊은 친구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외국어는 부지런히 익히라고 권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번역서로는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파도』, 『뒤바뀐 교환학생』, 『복제인간 시리』 등 다수 있다.
♣ 목차
서문
존재의 원년 쌍둥이 여신의 탄생
첫 번째 유년기 잘 어울리는 합주
두 번째 유년기 이중주
첫 번째 청소년기 불협화음
두 번째 청소년기 파국
두 번째 원년 회자정리
10년 후 홀로 남은 쌍둥이 별
후기 이기적 복제
부록 복제(cloning)의 기본 개념과 인간존엄성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