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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어머니를 돌보다
  • 저자 : 린 틸먼 지음 ; 방진이 옮김
  • 출판사 : 돌베개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259p
  • 청구기호 : 848-ㅌ99ㅇ
  • ISBN : 9791192836348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어머니를 돌보다11년간 노령의 어머니를 돌보는 한 가정의 의학적 투쟁을 다룬 자전적 에세이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의 병은 몸이 아닌 뇌에 문제가 생기는 희귀병이었기 때문에 어린애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돌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작가는 노인을 등한시하는 의료체계의 부당한 현실을 포착하고, 중요하지만 정작 푸대접받는 돌봄노동의 현실을 폭로한다. 또한 부양의무에 따른 3자매의 불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다양한 고민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나는 그곳에, 어머니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에 비해 뉴욕 언니는 거부감이 덜했고, 나의 그런 거부감으로 인해 우리 관계에 다소 긴장감이 돌았다고 또는 언니가 내게 실망했다고 나는 믿는다.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 예컨대 형제자매 간 갈등과 의무감에 의해 발생하는 갈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간관계는 손상을 입는다. 이 모든 것이 가족의 분화구, 가족의 집단적 정신상태(그런 것이 존재한다면)를 깊이 파고들어 헤집어놓는다.” p66

 

읽는 내내 몰입이 되었다.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 할머니를 돌보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고, 현재 부모를 부양하게 될 나의 모습과 내가 피부양자가 되는 미래의 모습까지, 가지각색의 생각이 들었다. 평생 돌봄의 대상일 줄 알았던 우리가 이제 돌봄의 주체가 된다는 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때가 되면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부모님을 돌볼 수 있을까? 혈육의 정, 양심과 본인의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인간이기에 도리가 있어 의무를 진다고 하지만 항상 진심은 욕망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같은 경험을 한 독자에겐 위로를, 훗날 닮은 경험을 마주할 독자에겐 미리 현실을 보여준다. 가족 이야기에 약한 사람이라면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추천한다. 다만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게 독박 간병인이 부지기수이고 돌봄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이 적기 때문에 돌봄노동자와의 갈등을 다룬 부분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작가가 느끼는 어머님에 대한 심정은 결국 어느 나라든 똑같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 믿는다.

 

문득, ‘모성애’, ‘부성애라는 단어는 있는데 그에 대립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 다만,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그 답을 짐작해 볼 뿐이다. 우린 항상 받기만 한다.

 

나는 어머니가 아프긴해도 정신이 맑았을 때 물었다. 인생은 고달프고 살다 보면 끔찍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그런데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어머니는 말했다.

삶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있으니까. 어머니는 그 아름다운 것들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246p

 

 

저자 소개 (저자: 린 틸먼 지음)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 장편소설 유령의 집, 멀미, 의심 속으로, 인생에 새 출발이란 없다(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 아메리칸 지니어스, 코미디, 남자들과 망령들(2021년 영국 리퍼블릭 오브 컨셔스니스상 후보)을 썼다. 그 외 벨벳 시절: 워홀의 팩토리 1965-67, 서점: 지넷 왓슨과 북스앤컴 퍼니의 삶과 시대, 린 틸먼이라면 어떻게 할까?(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 최종 후보) 등의 책을 썼다.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 영문학과 교수이자 상주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