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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오디세이
코리안 오디세이
  • 저자 : 마이클 깁 지음 ; 김한슬기 옮김
  • 출판사 : 객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224p
  • 청구기호 : 군 981.102-ㄱ999ㅋ
  • ISBN : 9791197860591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기실 도서관에서 많이 찾는 책 가운데 하나가 여행 관련 서적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인기가 많은 해외 여행지라면 꽤 여러 책이 출간되어 있다. 이 책은 영국 출신의 외국인이 쓴 한국 섬에 관한 기행문으로 원저는 외국에서 2020년에 출판되었다.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지점이 여기서 나온다.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과 한국의 섬들. 작가는 전부터 꿈꿔 온 한국 섬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1년여간 30개의 섬을 방문했다. 유명 섬부터 낯설기만 한 이름의 섬까지 서해에서 남해, 동해로 이어진 여정이 책에 담겨있다. 보통 여행서에는 작가가 주로 다루는 분야나 주제가 있기 마련이다. 음식, 인물, 명소, 낚시라든가 등산 등 특정 분야의 정보를 결합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여행에는 역사가 함께한다. 역사 중에서도 '근현대사'가 많이 다뤄진다. 역사를 다루면 그 안에 문화적, 정치적 이야기도 함께하기 마련이라 우리는 섬 여행기지만 그 안에서 우리나라 한국 전체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단순하거나, 얕지 않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한국에 1990년대부터 방문하여 EBS 프로그램 진행, 대학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을 경험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은 한국인만이 지닌 민족의 고유한 정서로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꼬집어 설명하기 어렵다. 드디어 한이 무엇인지 이해했다고 이야기하면 한국인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니, 그런 감정이랑 좀 달라.' 한에는 슬픔, 우울, 비통함, 억울함, 후회가 담겨 있다." -p.212

 

여행의 시작인 백령도와 연평도에서는 한국전쟁과 남북한에 관한 이야기가, 이후 다른 섬들에서 임진왜란이나 동학농민운동, 염전 노예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작가도 우려하듯 섬 인구는 빠르게 감소 중이다. 이제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모습뿐 아니라 텅 비어가는 내부의 모습마저 비슷해지고 있다. 그런 다른 듯 비슷한 섬들로부터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외국인 작가의 손에서 나왔다니 한국인으로서 놀랍고 감사하다. 이러한 관찰과 서술은 애정과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추켜세우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화나 정서에 대해서는 이해 못 하는가 하면, 외국인이기에 가능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한다. 맥락 없이 한국의 훌륭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니, 손발이 오그라들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각 섬에 관한 진득한 관찰은 부족하다고 보인다. 섬과 연관된 역사적 이야기나 방문하며 벌어진 일화를 담지만 섬에 머문 시간이 대체로 짧다. 섬에 '머문다'라는 행위보다는 '들린다'는 쪽에 가깝다. 책의 초점이 특정 섬이 아니라 여러 섬을 돌아다니는 '여정'에 맞춰져 있고, 섬의 세세한 소개보다는 섬과 관련된 이야기나 일화를 들려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섬 여행에 필요한 정보나 도움을 얻기 위해 이 책을 펼친다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섬의 역사, 문화에 관한 재치 있는 외국인의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몸을 담그다 보면 언젠가 평형을 찾는다. 더 이상 살갗이 벗겨질 듯한 더위도, 사지가 마비될 듯한 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균형을 맞추고 불과 얼음 사이 따뜻한 고요함을 찾는다. 목욕탕이 한국을 나타내는 완벽한 은유가 아니라면 나를 멍청이라고 욕해도 좋다. 찌는 듯한 여름이 지나면 매서운 겨울이 오고, 매콤하게 삭힌 채소를 냉장고에 신선하게 보관한다. 평일이면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하다가 주말이 되면 산에서 산림욕을 즐긴다. 누구보다 관습과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기술의 최첨단을 달린다. 한국 사람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평형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p.271

 

저자 소개 (저자: 마이클 깁)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과 스페인에서 배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다. 1990년대 초 한국으로 왔다. 수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며 EBS TV 프로그램 진행자, 작가, 중앙일보 영문판 부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기도 하였다. 한국 역사, 문화, 지역, 사람을 탐구하였으며, 한국의 눈부신 성장과 아픔을 지켜보았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된 것은 황홀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현재 아내와 딸과 함께 홍코 라마섬에 거주하며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I. 늦겨울

1. 서해: 배고픈 항해

2. 홍콩: 계획이 깨어나다

3. 옌타이: 산둥반도로

4. 백령도: 신화, 지뢰밭, 선교사의 섬

5. 연평도: 냉전 전선

6. 팔미도: 할머니와 노래 자랑

 

II.

7. 고대도: 선교사의 땅

8. 외연도: 빈대와 아줌마

9. 어청도: 조류 관찰

10. 장자도: 여행이 낳은 괴물

11. 위도: 힘겨운 여정

 

III. 초여름

12. 흑산도: 술 냄새 나는 항해

13. 신의도: 노예 섬

14. 하의도: 운명의 장난

15. 가거도: 고통의 항해

 

IV. 늦여름

16. 관매도: 세월의 비극

17. 보길도: 시인의 섬

18. 청산도: 판소리의 꿈

19. 거문도: 해가 지지 않는 섬

 

V. 가을

20. 한산도: 위대한 전투

21. 마라도: 남해의 수호자

22. 외도: 남해에 핀 프랑스 꽃

23. 울릉도, 독도: 깊은 동해 바다로

 

에필로그: 겨울

24. 실미도: 가깝고도 먼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