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우리에게 '건축'은 익숙하지만 '조경'이라는 개념은 모호하다. 사람들은 보통 '조경'이라고 하면 길에 나무를 심는 정도의 행위를 떠올리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조경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 환경을 디자인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대적 의미의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은 풍경(landscape)과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로 최근에 생겨난 개념이지만, 조경이라 부를 수 있는 활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조경은 원예, 농업, 정원술, 건축, 계획, 도시설계, 임업, 환경과학 등 개인, 기관, 나라마다 다른 영역을 다룬다. 그래서 멀리서 바라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르다. 이러한 자유로움과 개방성은 조경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책은 풍부한 사례를 들면서 조경의 시작과 발전을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를 새로운 분야로 안내한다.

조경가가 해야 하는 임무 중 하나는 이를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하여 환영받지 못하는 개발이 야기하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중략) 기술적 근대화를 겪은 모든 나라에는 도로, 철도, 공항, 저수지, 댐, 공장, 발전소 등의 많은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가 필요할 것이다. 땅의 역사적 특징, 풍경의 아름다움, 고대 삼림지대의 풍부한 동식물과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 모든 것을 경관에 적합하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벅찬 일이다. 하지만 조경가들은 특히 이런 일을 할 능력이 있다. (88-89p)

조경 분야 전문가들은 경관은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때때로 개발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와 자연의 가치를 지키려 하는 지역사회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 조경가는 이 사이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일들로 인해 조경가는 종종 사회적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이러한 이유가 조경을 빈틈없이 사랑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이들 덕에 쓰레기처리장, 석탄 폐기물 집하장, 황량한 공업지대 대신 풀과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거리를 볼 수 있다. 도시에 점차 초록빛 공원이 많아지고, 반려 식물과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진 요즘 시기에 조경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조경가들은 종종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러한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중략)

이들은 전세계의 경관을 위해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161p)

이 책은 여러 분야의 입문서를 다루는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Very Short Introductions' 시리즈를 번역한 것이다. 책 속에 전문 용어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용어의 의미가 아닌 원어와 한글 발음을 병기하고 있고 각주가 아닌 미주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이 주석을 찾아가며 읽기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교양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도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연과 건축의 조화에 감명받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용어는 가벼이 넘기면서 인문학 도서로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