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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티
오픈 시티
  • 저자 : 테주 콜 지음 ; 한기욱 옮김
  • 출판사 : 창비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527p
  • 청구기호 : 843.6-ㅋ628오
  • ISBN : 9788936439064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뉴욕시 곳곳을 산책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나이지리아인이고 정신과 의사다. 이름은 줄리어스,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은 줄리어스의 2006년 가을부터 2007년 여름까지 1년여 간의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담은 장편소설이다. 처음 책을 펼치면 눈에 띄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말하고 대화를 나누더라도 인용 부호나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다 다소 밋밋한 화자의 어투와 평이한 일상 이야기는 초반부 독자가 쉽게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의 초입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책을 덮게 될 수도 있다. 이점을 가장 먼저 밝히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며 책의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산책에 함께해보길 추천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툭하면 걷는다. 정말 잘 걸어 다닌다. 나도 꽤 산책을 좋아하지만 여기 주인공만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단조롭던 이야기와 주인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 '산책'을 통해서다. 그는 걸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회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렇게 사색하며 산책하는 주인공은 매력적이다. 걸으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 장소를 통해 들려주는 화자의 이야기는 다채롭고 흥미롭다. 초반부에 익숙하지 않던 인용 부호의 부재는 대화의 흐름에 집중하게 만든다. 자신의 환자 이야기에서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원주민 학살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하면, 산책하다 조우한 장소에서 흑인 노예화나 9·11 참사와 같은 뉴욕이라는 도시 이면의 역사를 말해준다.

 

"미국의 심장이 멈춘 날, 떨어지는 몸을 제하고는 어떤 몸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시의 상처 입은 연안을 중심으로 온갖 종류의 시장성 있는 이야기가 켜켜이 쌓였으나 죽은 몸에 대한 묘사는 금지되었다. 금지되지 않았더라면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중략) 이것이 참사 현장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삭제는 아니었다.“ -p.129

 

이 책은 미국에서 2011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에 번역된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주제가 흥미롭지만 10년 넘는 시간을 건너뛰어 현재에도 시의성 있는 주제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주인공과 파루크라는 인물이 토론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문제가 그러하다. 물론 예전부터 이어진 갈등이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현재의 전쟁을 떠오를 수밖에 없게 한다. 또한 책에는 기후변화, 빈대 창궐, 인종적·성적 평등주의나 정치적 올바름 등 다양한 논제가 나온다. 이에 관한 여러 인물의 이야기와 입장은 독자가 스스로 가치 판단의 고민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이야기 전반에 동성애자, 장애자, 이민자 등 소수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난 유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야. (중략) 내가 반대하는 건 시온주의, 누군가가 이미 살고 있는 땅에 대한 그들의 이런 죵교적인 주장이야.“ -p.251~252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흥미로운 점 말고도 책에는 다양한 재미가 있다. 작가의 뼈가 담긴 비평이 군데군데 묻어나며, 어떠한 체제나 사건,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정답이나 결론이 아닌 우리에게 하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는 각자가 나름의 풀이와 해석으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산책의 마지막 장에 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각자 어떤 수준에서는 자신을 정상성의 범위를 측정하는 지표로 받아들이며, (중략) 우리가 스스로의 어떤 기이한 점들을 자인하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에서 악당이 아니다. 사실은 정반대다. 우리는 영웅 역을, 오로지 영웅 역만을 연기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이야기가 우리와 약간이라도 관련 있다면 언제나 마찬가지로 우리는 영웅적이다.“ -p.473~474

 

저자 소개 (저자: 테주 콜)

 

1975년 미국 나이지리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보냈으며, 17살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컬럼비아 대학교 미술사 박사과정을 지냈다. 소설가, 사진가, 비평가, 큐레이터, 연사 등 미국 문화계 전반에 걸친 활동을 보여주며 여러 장르의 저서를 출간했다. 2015~2019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사진 비평가로 일했고, 현재 하버드 대학 창작실습(문예창작)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픈 시티는 미국에서 2011년에 발간되어 펜/헤밍웨이상과 뉴욕시도서상, 미국문화예술아카데미의 로즌솔상 등을 수상하고 다수의 유력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데뷔작은 나이지리아에서 출판한 매일이 도둑을 위한 날이며 이외에 산문집 알려진 낯선 것들, 여행사진·산문집 맹점, 블랙 페이퍼등이 있다.

 

목차

 

1부 죽음은 눈[]의 완성

2부 나 자신을 샅샅이 뒤졌다

 

옮긴이의 말